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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혜뎐]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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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오늘 낮 연속 추돌사고 처리로 한창 바쁜 때.

여자 소방관 하나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신지? 이번 사고 때문이라면 딱히 소방서 측에 도움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어? 강빛나?"


(젊은 남경찰 하나가 아는 척을 하자 형사, 아는 사람이면 네가 알아서 하라는 듯 눈짓을 한다.)


"시험 합격했다더니. 근무지는 이쪽으로 된거야?"

"어. 근데 무슨 일이야? 아까도 여기 근처에 나서 난리던데."

"거기 해결하고 바로 온 거야. 너, 순혜 없어진 거 알고 있었어?"

"순혜가 없어져? 걔가 왜?"


(남경찰의 반응에 강빛나, 심란한 듯 마른 세수를 해댄다.)

(남경찰, 강빛나의 표정을 살피고는 얼굴이 굳는다.)


"요즘 이쪽 근처에서 이상하게 화재가 자주 발생해서 계속 출동하고 바쁘다보니까 연락을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순혜네 어머니께서 나한테 전화하셨어. 혹시 순혜한테서 연락온 것 없냐고."

"언제 없어졌대?"

"삼일절에."

"삼일절? 근데 왜 지금에서야 전화하신거야? 벌써 9일이잖아!"


(소리를 치는 남경찰. 서 안의 사람들의 시선에 두 사람에게로 쏠린다.)

(형사,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신경쓰이는 듯 힐끗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그 전에 부모님이랑 한바탕 했나봐. 가끔씩 그렇게 다투고서는 며칠동안 전화도 잘 안하는 애니까, 이번에도 그런 줄 아셨대. 근데 걔 친구가 순혜하고 연락이 안되니까 여기 와서 신고하려고 했는데 가족들도 신고를 안했다고 하고 신고 받는 형사도 반응이 미지근하니까……, 암튼 그것 때문에 며칠 전에 아셨는데, 어머니도 나 바쁜거 아시고 다른 사람들한테 소식 묻고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야 나한테 전화하신거야."


(강빛나, 초조한 듯 짧은 손톱을 물어뜯는다.)

(남경찰, 갑갑한 얼굴로 한숨을 푹 쉬고는,)


"삼일절이면 청와대 행사엔 당연히 참석했겠지?"

"동료분 말로는 분명히 중간까진 있었다고 하던데. 나한테도 행사 참석한다고 했었고. 순혜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누구 걱정시키고 그러진 않잖아."

"알았어. 내가 알아볼테니까 넌 그만 가봐."


(남경찰,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강빛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강빛나가 돌아가고 자신의 상관에게 무언가 말하는 젊은 남경찰. 형사, 그를 쳐다보다 아까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불쾌하다는 듯이 소리지른다.)


"이봐요, 기자 양반. 기사 거리 건졌으면 이만 돌아가지? 언제까지 죽치고 앉아있을겁니까? 여기가 무슨 쉼터인 줄 아나."


(형사의 말에 의자에 기대 앉아있던 기자, 쳇 하는 소리를 내고는 일어나 나간다.)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애써 화를 참는 것 같은 형사. 기자를 한껏 노려본다.)




(스토리텔러 : 도민주, 양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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