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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운

[순혜뎐] 열일곱 김순혜 3 (← 되돌아가기) (← 이전 이야기) 다운이 순혜에게 안부를 물을 기회는 예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일주일 후에 있을 가을 운동회를 위해 오늘부터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그 뒷정리를 각 반의 반장들이 맡게 된 것이다. 다운은 반장은 아니지만 순혜가 반장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얼른 자원해서 뒷정리를 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체육부장이 하는 게 더 맞지 않느냐, 그러니 내가 하겠다' 하는 다운을 보며, 반장은 못 이기는 척 다운에게 줄다리기용 밧줄을 넘겨주었다. 다운은 순혜가 있는 쪽을 흘끗거렸다. 가을 운동회라고 해도 아직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순혜의 볼은 조금 발갛게 익어 있었다. 순혜는 머리를 위로 질끈 올려 묶은 상태였는데,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 잔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 더보기
[순혜뎐] 열일곱 김순혜 2 (← 되돌아가기) (← 이전 이야기) 다음날, 다운은 체육관에서 순혜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순혜는 오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밤 10시가 다 되도록 체육관에 있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이상해. 아무 이유 없이 체육관을 그만둘 애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다운은 끝내 순혜를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순혜라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 흐려질 때 즈음,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뜻밖에도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서였다. 쉬는 시간 10분 안에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올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하고 마구 뛰어다니다가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걸려 주의를 받은 참이었다. “저 꼰대!” “조용히 좀 말해. 그러다 꼰대 듣겠다.” “너도 방금 꼰대라고 했잖아?” 자기 .. 더보기
[순혜뎐] 열일곱 김순혜 1 (← 되돌아가기) 이럴 리 없었다. 체육관 관장 딸인 그의 입장에선, 이런 패배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또래 남자 애들도 퍽퍽 때려눕힌 그가 아니던가. 그런데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얼굴도 저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기지배한테 지다니! 머리 위로 마치 게임처럼 자막이 떠오른 기분이었다. 신다운 (Lv.100)님이 김순혜 (Lv.1)님에게 패배하였습니다. (...피식...) 피식…? 피식은 뭔데! 이잖아! 본분에 충실하라고! 그 아련한 ...은 또 뭔데! 왜 "패배"만 굵은 거야? 강조하는 거야? 그렇게까지 강조할 필요 있어? 다운은 허공에 주먹질을 해댔다. 이건 그에게 있어 너무나 굴욕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저 이겼다는 뿌듯함이나 성취감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표정이란. 기뻐하라고! 감히 날 이겼으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