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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혜뎐] 열매반 김순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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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름방학이 끝났다. 등원할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난 순혜는 방방 뛰어다니다 제 엄마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얌전히 다가와 수저를 놓기 시작했다. 눈이 붉은 것을 보니 어제도 순혜 엄마는 남동생 진혁 때문에 밤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순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반찬 그릇이며 국그릇이며 하는 것을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순혜야, 뜨거우니까 국그릇은……."

"우리 큰 딸 기특하네. 엄마 도와주는거야?"


어느새 말끔히 씻고 셔츠를 입은 아빠 철원이 말했다. 그리곤 자신의 아내에게 가 다정하게 물었다.


"나는 도와줄 것 없어?"

"됐어요. 순혜가 다 했는데, 뭘."

"진혁이는?"

"이제 잠들었죠."

"우리 아들이 참 착해. 엄마 밥 할 때 귀찮게 안하고. 그렇지?"


그의 말에 순혜 엄마는 그저 미소지었다. 순혜야, 가서 지혜 깨워. 유치원 늦겠다. 네 식구의 식사 시간은 항상 화목했다. 철원은 젓가락질이 서툰 지혜에게 반찬을 집어주고 순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자신이 주변의 다른 아빠들과 비교했을 때 다정다감하고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미영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못했네. 여름방학 동안 순혜 돌보느라 고생 많았을텐데."

"순혜야 착하니까……, 늦겠어요. 얼른 식사 마저 해요."

"그래. 순혜랑 지혜도 꼭꼭 씹어먹자."


순혜는 밥 그릇에 물에 불려두곤 양치질을 하고 옷을 입었다. 철원이 출근을 하고, 방에 엄마가 들어와 지혜의 옷을 입히고 순혜의 머리를 빗겨주었다. 오늘도 순혜는 양갈래로 땋는 머리였다. 체리 모양 구슬이 달린 머리끈으로 묶어주는 엄마를 보며 순혜가 말했다.


"엄마, 나도 머리 짧게 자르면 안 돼?"

"왜? 순혜는 엄마가 머리 묶어주는 거 싫어?"

"아니, 그냥……."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엄마가 알았다는 듯이 그의 콧등을 가볍게 톡 치곤 말했다. 빛나 따라하고 싶은가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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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도민주, 양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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