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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혜뎐] 열매반 김순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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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등원한 아이들은 어쩐지 전보다 더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녔다. 선생님은 손뼉을 치고는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으나 그건 그거고, 힘든 일은 별개였다. 겨우 2주 남짓한 여름방학 기간이 끝나고 다시 이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려니 그는 벌써부터 어깨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자, 친구들. 다들 자리에 앉아봅시다."

"네!"

"다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이 있죠?"

"네!"

"그래서 오늘은 스케치북에 '나의 꿈'에 대해 그려볼거예요."


스케치북 펼치고, 가져온 재료들로 어떤 꿈이든 멋지게 그려보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순혜도 열심히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보는데 빛나가 옆자리로 의자를 끌고 왔다.


"순혜는 뭐 그릴거야?"

"너는?"

"음, 나는……,"

"난 경찰!"


빛나가 말하려는데 원래 순혜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아이가 빛나와 순혜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선 불쑥 말했다.


"나는 경찰이 되어서 나쁜 놈들을 다 혼내줄거야. 그리고 누가 순혜를 괴롭히면, 내가 지켜줄게!"

"너가 순혜를 지켜주겠다고? 그럴 일 없을걸? 너보다 순혜가 키도 크고 더 힘도 세잖아!"


반박할 말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하는 남자아이를 보며 빛나는 혀를 쏙 내밀어보이고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아이는 씩씩거리다 물었다.


"그, 그러는 넌 뭐 될건데?"

"나는 소방관이 될거야."

"뭐? 소방관은 남자들만 하는 거거든!"

"뭐래. 그런 게 어딨냐?"

"그래! 빛나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맞아. 너 괜히 샘나서 그렇지? 순혜가 더 세다고 하니까."


순혜에 다른 아이들까지 가세하자 남자아이는 샐쭉이며 중얼거렸다. 왜 나만 갖구 그래…….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친구들과 주고받느라 점점 시끄러워지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빛나는 순혜에게 더 다가가 앉아 조용히 속삭였다.


"순혜는?"

"응?"

"순혜는 뭐가 되고 싶은데?"


빛나의 물음에 순혜는 곰곰히 생각했다. 사실 순혜는 딱히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그저 즐거웠고 굳이 상상해보라면 "어른 순혜"는 영화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어떤 직업이든, 당당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았다. 순혜가 생각하기에는 빛나의 엄마 미영이 그래보였다. 순혜는 스케치북에 살구색으로 동그랗게 얼굴을 그려넣으며 말했다.


"멋있는 사람!"  




(스토리텔러 : 도민주, 양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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