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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혜뎐] 열일곱 김순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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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다운은 체육관에서 순혜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순혜는 오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밤 10시가 다 되도록 체육관에 있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이상해. 아무 이유 없이 체육관을 그만둘 애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다운은 끝내 순혜를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순혜라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 흐려질 때 즈음,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뜻밖에도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서였다. 쉬는 시간 10분 안에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올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하고 마구 뛰어다니다가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걸려 주의를 받은 참이었다.

 

“저 꼰대!”

“조용히 좀 말해. 그러다 꼰대 듣겠다.”

“너도 방금 꼰대라고 했잖아?”

 

자기 친구와 깔깔거리던 다운은 교무실에서 나오던 순혜를 발견하고는 눈이 커다래졌다. 순혜는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그 예쁘장한 얼굴이 저렇게나 굳어있는 걸 보면 교무실에서 한소리 들은 모양이었다. 다운은 자기도 모르게 창가 쪽으로 몸을 기댔다가 순혜가 지나가고 나서야 조그맣게 말했다.

 

“뭐야, 우리 학교였어?”

“누구? 아아, 김순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애잖아.”

“유명하다고?”

 

다운의 친구는 어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너도 참 너다. 네 머릿속에는 운동만 들었니?”

“아, 됐고! 자세히 좀 말해 봐.”

“김순혜는 입학할 때부터 유명했지. 기초 학력 시험 만점에……,”

“기초 학력 시험이 뭔데?”

“너는 정말! 입학 전에 본 시험 있잖아. 성적으로 반 배정 한 거! 또 기억 안 나지?”

“너는 나를 뭘로 보고! 당연하지!”

“말을 말자. 암튼, 그 시험 꽤 어려웠잖아. 거기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으니 학생 선생 할 것 없이 소문 쫙 돌고, 1학기 중간 기말 전교 1등! 취미는 독서, 특기는 피아노! 근데 여기에 체육까지 잘한다니까? 못하는 게 없어요. 게다가 순혜 얼굴이 좀 예쁘니? 공부 잘 해, 성격 좋아, 얼굴 예뻐. 아주 그냥 엄친딸의 표본이잖아! 당연히 전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

 

너만 빼고. 친구가 덧붙이는 말에 다운은 대충 "그래. 나만 빼고."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순히 제 말을 옳다고 해주자, 친구가 다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운은 방금 본 순혜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애가 뭣때문에 교무실에서 혼이 나겠어?

나 같은 애면 또 몰라도.

근데 성격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안 되겠어. 다음에 만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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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도민주, 양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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