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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혜뎐]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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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연락된 게 며칠이라고요?"

"3월 1일 아침이에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종이를 팔락 넘기는 형사의 얼굴에 귀찮은 기색이 가득하다.

등받이에 한껏 기대는 그, 한숨을 내쉰다.)


"친구분이라고 하셨죠."

"네."

"미안한데 그 김순혜씨라는 분 가족들도 신고를 안했어요. 그리고 실종인지 가출인지 명확한 근거도 없고, 이렇게 무턱대고 오시면 저희가 좀 곤란합니다."

"무턱대고라니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순혜는 말도 없이 사라질 애가 아니라니까요!"

"이보세요, 신다운씨. 친구분이 걱정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친구분은 성인 아닙니까? 아동도 아니고요. 게다가 청와대 경호원이라면서요? 보통 여자도 아니고 누가 그런……," 


(형사의 말에 신다운의 표정이 굳는다.)

(형사, 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아니……, 그런 사람이 대낮에 납치 됐을 가능성은 희박하고요. 신다운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원래 그럴 것 같지 않은 친구들이 알고 보니 마음이 복잡해서 여행다녀왔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는 와서 죄송하다고 그래. 그럼 나도 그렇지만 신다운씨도 그렇고 그 친구분도 그렇고 민망해지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는 형사. 마치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말투.)

(신다운, 주먹을 꽉 쥔다. 부들부들 떨리는 신다운의 손.)


"그럼 주변 CCTV라도 확인하게 해주세요."

"신다운씨, 그러지 말고 차분하게 친구분 가족들이나 다른 친구분들하고 좀 더 얘기해보고……,"

"됐습니다!"


(신다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경찰서를 나간다.)

(그런 신다운을 보며 형사, 들으라는 듯이 한마디 한다.)


"어휴, 요즘 젊은 것들 성질머리하고는."




(스토리텔러 : 도민주, 양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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